ACTION


4월 미션 새로운 습관 만들고 실천하기(자유도전도 가능)

결심을 했다면 해봅시다.

하기로 마음먹은 일과 시간을 정하고

그 이후 얻어낸 변화를 나누어주세요.

(or 무언가를 시도하여 얻었던 경험과

잊을 수 없는 성장의 순간을 나누어주세요.)


월 1회 하나 이상의 도전기를

기록해주시는 것이 미션입니다.

이 곳에서 도전을 같이할 사람을 모아도 좋습니다.





도전 게시판


[JG - 3월] 흙을 만지고 다듬고 구워내는 경험(ft.물레 성형 공부)

이유신
2021-03-19
조회수 38


저는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지는 걸 좋아합니다.

두께와 재질에 따른 다양한 종이 질감 때문에 책이 좋아지고

소재에 따라 달라지는 촉감과 느낌 때문에 옷이 좋아지고

가공법에 따라 바뀌는 재료의 모양과 형태 때문에 요리가 좋아지게 되었나 봐요.


언젠가 도자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주말마다 열심히 흙을 치대러 갔습니다.

작년 말부터 시작해서 수업은 끝난 지 ORANGE이지만

제가 만들었던 것들이 가마에서 구워지고 살아남아 제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최근이라 이곳에 남겨볼게요.


첫 수업

물레를 너무 차보고 싶어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손성형반을 제치고 물레반을 등록했었습니다.

첫 수업에서 하는 것은 제일 기본 형태의 잔(?)을 만드는 것인데 그 전에! 흙덩이를 물레 위에 올리고 중심을 잡는 연습을 될.때.까.지 해야 합니다.

5번이고 10번이고 몇십번까지도 초반엔 무한 반복을 하게 돼요. 흙 속에 꼬여있는 흑룡을 잠재워야 비로소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에요.

물레로 도자기를 만드는 원리라면 필요한 만큼의 흙을 손으로 균일하게 뽑아 올려 넓히고 좁히면서 모양을 만드는 것인데 여기서 흙의 중심이 잡혀있지 않으면 대칭 형태로 만들기가 불가합니다.

팔 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인 작업이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판타지를 바로 깰 수 있게 해주니 '중심잡기' 난관을 헤쳐갈 힘이 없다면 여기서 포기하시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마치 like 볼링 처음 치고 다음날 몰려오는 근육통 party)




굽 깍기

첫 수업을 듣고 다음 수업에 무사히 입성했다면 아마 그땐 전용 신발과 옷이 생겨있을 것이에요.(흙패턴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우여곡절 끝에 무언가를 담을만한 용기를 비스무리하게 만들었다면 제대로 서있을 수 있게 바닥을 만들고 울퉁불퉁한 면을 깎아 다듬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흙이 이렇게까지 수분에 예민한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저렇게 깎아낼 수 있는 상태로 적당히 마른 흙의 경도가 좋더라고요.

얇게 깎인 흙이 마르면서 소복이 쌓이면 버릴 것인데도 매력이 있어요.

너무 심취해서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깎기만 하면 잘리거나 구멍이 나서 그것도 버려야 하니 적당히 즐겨야 합니다.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깎아야 하다 보니 용기를 고정 시켜야 하는데 이때 고정용으로 붙이는 흙은 수분감의 정도가 다르면서 너무 달라붙지 않고 반대로 용기에 상처를 줄만큼 단단하지도 않은 것으로 주물러 붙여야 해요.

손톱이 더러워져도 재미를 느끼고 계신다면 이때부터 당신은 흙의 매력에 빠진 겁니다.


마르면서 바뀌는 색(근데 또 구우면 바뀌니 이게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초벌


흙이 완전히 마르면 수정이 어려워 그 전에 각종 장식을 만들어 붙이거나 칠하거나 해야 하는데요.

마르는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 수시로 물을 뿌려두고 비닐로 봉쇄해두어야 촉촉함을 유지합니다.

더 건드릴 게 없다면 가마에 한번 들어가 구워지고 황토색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데 이때의 상태를 '초벌'이라고 불러요.


초벌로 구워진 도자기는 매우 약하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고 한번 더 구워져야 실생활에서 사용이 가능한만큼 단단해집니다.

이때 구워졌다고 신나서 이리저리 만지다 떨어뜨리면 박살이 나고 그대로 이별을 해야 하니 조심히 갈라진 부분이 없는 지만 확인하면 좋습니다.

(내가 그랬다는 거 맞음ㅎㅎㅎ)


금이 심하게 간 초벌도 다시 못 굽고 여기서 작별인사를 나누어야 해요..이렇게 한번 더 알아가는 흙의 세계^^

앞 단계에서 물이 많이 닿거나 손을 많이 탈수록 금이 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니 수정이 많지 않도록 처음에 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재벌

초벌한 친구들을 다시 굽기 전에 코팅을 할 수 있습니다.

유약을 바르는 것인데요. 식기로 사용하려면 유약 코팅은 필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유리질과 혼합재료가 섞여 액체 상태로 만들어진 유약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지만 수업에서는 유백광/무광/투명유광을 사용하였어요.

여기서도 균일하게 바르려면 특수 집게를 사용해 유약통에 담갔다 빼내야 하는데 유약이 뭉치거나 긁히거나 하면 전부 물로 씻어내고 완전히 마른 후 다시 침착하게 반복하면 됩니다.(실패해서 또 발랐다는 얘기 맞음)

식기로 사용하지 않고 항아리나 캔들홀더, 화분 등의 용도로 사용할 거라면 취향에 따라 유약을 바르지 않고 흙 고유의 거친 질감을 살려 구울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살아남은 아이들(최최최종.jpg)




완성 감상 및 나눔 및 활용

찻잔과(좌) 스프컵(우)

참고로 구워지면 원형의 1/3 크기가 줄어든다. 용기의 용량을 맞추고 싶다면 30% 크게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스프컵에는 카레소스를 담아 먹을 것이다.


뚜껑 없는 항아리(좌) 와 뚜껑 있는 항아리(우)

의도한 무늬는 아니었는데 멋스럽게 유약이 털려서 만족스럽다.(?) 오른쪽 항아리는 완벽한 구를 만들기 위해 갈고 닦았는데 여담이지만 이게 바닥이 제일 두꺼워 가마 안에서 터질까봐 조마조마 하셨다고..(중간에 눈사람 머리도 떨어져 뒤집어 붙여주시고 살려내 주신 슨생님 감사드립니다..)


다과를 위한 회전 접시와 완벽하게 평평한 접시를 위한 실험작 1,2

다들 마지막 자유작으로 화려한 도기세트 만드시는데 나 혼자 평평하고 넓은 접시가 만들고 싶어 굳이 안 배운 거 날 위해 가르쳐주신 슨생님 덕분에 즐거웠다. 다음 수업도 들으러 가면 안 받아주실 수도 있으니 먼 훗날 또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면 그때 기웃거려보자.



구멍이 뚫려 화분이 된 컵

야심찬 머그컵이 될 뻔했는데 구멍이 뚫려 바닥을 시원하게 없애고 식물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열심히 커주길 바란다..



몇몇 가지는 중간에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깨져 소멸되기도 해서(ㅂ2,,) 마지막 포토까지 남기지 못했지만 기분 좋게 받아주셔서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도 꽤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ㄷㅇㅅ에 가면 다 있지만 거기서 고를 때도 이전엔 유심히 보이지 않았던 손잡이 이음새 디테일이나 두께, 무게 등을 따져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도 배운 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흙을 원 없이 만지고 싶다'는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흙을 통해 '인내심' 또한 덤으로 얻었으니 저에게는 도전 성공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ㅎㅎ 기회가 된다면 더 만져보고 싶은데 또 새롭게 탐구하고 싶은 재료가 생겨 시간이 된다면 그 이야기도 들고 와 보겠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흙 만져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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